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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발레 작품 해설] 무대 기획자 인터뷰 정리

당당한부자 벨라 2025. 7. 15. 19:46

서론 – 무용수의 무대 뒤에는 기획자의 서사가 있다.

창작 발레는 그 자체로 총체예술이다.
안무가, 무용수, 작곡가, 무대디자이너, 조명감독이 각각의 예술 언어를 다루지만,
이들을 연결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엮는 핵심 주체는 바로 무대 기획자다.


무대 기획자는 무용수나 관객처럼 조명을 받지는 않지만,
기획 초기 단계부터 무대 위의 마지막 커튼콜까지 전 과정의 중심에 서 있는 실무자이자 창의적 조정자이다.
특히 창작 발레처럼 실험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장르에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단순 행정이 아닌, 예술적 통찰과 조율 능력이 결합된 직무로 확장된다.

한국 창작 발레의 무대는 점점 더 다양한 장르와 결합되고 있고,
그만큼 무대 기획자의 전략과 감각이 작품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창작 발레 제작 경험이 풍부한 세 명의 무대 기획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이 말하는 기획 과정의 고민, 창작자와의 협업, 관객과의 연결 방법,
그리고 무대 뒤에서 조율되는 수많은 예술적·현실적 요소들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창작 발레 작품 해설 무대 기획자 인터뷰

인터뷰  – 김수정 (프리랜서 무용 제작자, 前 국립예술단체 공연기획팀)

“무용 기획자는 조용한 연출가입니다.”

김수정 기획자는 국립발레단과 독립무용단체를 모두 경험한 기획자로,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의 기획 차이를 누구보다도 명확히 설명해 주었다.


그에 따르면, 고전 발레는 이미 검증된 작품을 재구성하는 작업이지만,
창작 발레는 “기획자가 극본 없이 진행하는 리허설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김 기획자는 창작 발레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정성’이라고 말했다.


무대 구조, 안무 진행, 음악의 완성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과 일정을 먼저 짜야하며, 기획자는 늘 유연성과 통찰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그는 특히 작곡자와 안무자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기획자는 중간에서 예술 언어를 통역하는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해요.”

그녀가 기획한 창작 발레 부재의 방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 버전으로도 제작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획자는 무용 자체를 시각 정보뿐 아니라 촉각과 진동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한다.


김 기획자는 “기획이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예술의 감각 전달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창의적 작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정민우 (독립 무용단체 ‘움직이는 선’ 대표 기획자)

“창작 발레의 기획은 논리보다 리듬입니다.”

정민우 기획자는 창작 발레에 특화된 독립 프로젝트 단체 움직이는 선의 대표이다.


그는 창작 발레 기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정답이 없는 긴 호흡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정 기획자는 특히 무대 설계와 서사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기획 단계에서 무대 구조를 결정하면,
그 이후 안무의 흐름, 조명, 음악의 리듬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움직이는 선이 2023년에 발표한 창작 발레 시간의 틈은
정사각형이 아닌 X자형 무대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정 기획자는 이 무대를 위해 “관객이 하나의 시점이 아닌 여러 시점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해체”했고,
그에 따라 안무가는 동시다발적 움직임, 작곡가는 비선형 음악 구조를 선택하게 되었다.


결국 무대 구조라는 기획자의 초안이 전체 작품의 서사 방식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가 되었다.

또한 정민우 기획자는 관객과의 소통도 기획자의 핵심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 안의 세계를 해설 없이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경험 디자인’이 바로 기획자의 예술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공연 전 사전 리플릿, AR(증강현실) 해설 앱, 다층 무대 조명 매뉴얼 등
관객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인터뷰  – 오세연 (창작 발레 제작 감독, 서울문화재단 협업 프로젝트 경험 다수)

“기획자는 예술과 예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줄타기꾼입니다.”

오세연 기획자는 서울문화재단 및 다양한 예술지원 프로젝트에서
창작 발레 기획을 주도해 온 실무형 제작자다.


그녀는 창작 발레의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예술과 자원의 균형’을 꼽는다.

그녀가 말한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좋은 기획서가 곧 좋은 공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는 예산, 공연장 확보, 인력 스케줄, 저작권 문제 등
수많은 제약 조건이 기획자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안무가의 꿈과 스태프의 일정, 예산의 한계를 하나의 타임라인에 정확히 맞추는 조율 가요.”
특히 창작 발레는 고전 발레에 비해 더 많은 리허설과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획자는 늘 여유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제작비를 지키는 이중적 과제를 떠안는다고 말했다.

오 기획자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로 “주제 선택의 촉수”를 들었다.


“무용가는 몸으로 표현하려고 하지만,
그전에 기획자가 사회적 이슈나 예술 담론의 흐름을 감지해
안무가에게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리서치 자료를 건네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녀가 기획한 《폐허의 아름다움》은
도시 재개발 지역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활용한 실험적 창작 발레였고,
그 기획의 시작은 기획자 자신이 재개발 반대 시위 현장을 우연히 지나가며 받은 감정이었다고 한다.

마무리 요약 – 무대 기획자는 보이지 않는 창작자다

김수정, 정민우, 오세연 세 기획자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창작 발레의 무대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닌,
수많은 예술적 선택과 현실적 조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 기획자는 작품의 예술성과 제작 가능성 사이에서 줄을 타며,
동시에 창작자의 언어와 관객의 감각을 연결하는 다층적 역할자로 기능한다.

 

앞으로 한국 창작 발레가 더 확장된 언어와 무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획자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필수적이다.


무용계에서도 기획자를 단순히 ‘행정’이나 ‘조율’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예술의 일선 창작자 중 하나로 인정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 콘텐츠는 단순한 인터뷰 정리를 넘어,
창작 발레의 생산과정 속에서 기획자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무대 뒤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창작의 논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해설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